1. 서 론
2. 독일 도로교통법상 기술감독관
2.1. 배경
2.2.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감독관의 책임
3. 일본 도로교통법상 특정자동운행 관여자
3.1. 배경
3.2. 특정자동운행 관여자의 책임
4. 독일 및 일본의 도로교통법 개정의 시사점
4.1.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안전 운행 재고
4.2. 자율주행자동차 의무보험 범위
5. 결 론
1. 서 론
국토교통부가 2021년 12월 15일에 발표한 ‘자율주행차 규제혁신 로드맵 2.0’과 2022년 9월 19일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 따르면 2022년 레벨 3 자율주행자동차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개막되었고, 2025년 4단계 자율주행의 버스·셔틀, 2027년 4단계 자율주행 승용차의 상용화가 전망된다. 그러나 레벨4 수준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자동차 소프트웨어, 영상데이터 가명처리, 안전기준, 교통법규 등 행정제도, 사고시 보험, 운전자 개념 정의, 사이버 보안체계 등 선제적으로 정비되어야 할 기술적·법제도적 과제가 많다. 이를 고려하여 국토교통부에서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안전기준을 2024~2026년의 중기 과제로 분류하고 있다.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와 도로에 관련된 현행법에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에 관련된 내용을 반영해 오고 있는데 2015년 「자동차관리법」에 자율주행자동차의 개념 정의와 시험·연구를 위한 임시운행의 허가 제도를 마련하였다. 「자동차관리법」은 자율주행자동차를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로 정의하고 있으며(제2조제1호의3),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제26조의2에 따른 국토교통부고시인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운행요건 및 시험운행 등에 관한 규정」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종류를 A형과 B형, C형으로 나누고 있다(제3조의1). 이에 따르면 A형 자율주행자동차는 조향핸들 및 가속·제동페달이 있고 시험운전자만 있거나 시험운전자 및 탑승자가 있는 유형의 자율주행자동차, B형 자율주행자동차는 조향핸들 및 가속·제동페달이 없고 시험운전자만 있거나 시험운전자 및 탑승자가 있는 유형의 자율주행자동차, C형 자율주행자동차는 시험운전자와 탑승자가 승차할 수 없는 구조로 화물운송 또는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는 유형의 자율주행자동차이다. 또한 2020년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자율주행자동차법”)을 바탕으로 한 자율주행자동차의 시범운행은 운행 도로가 시범운행지구로 제한되지만, 여러 특례 조항들이 마련되었다. 「자율주행자동차법」은「자동차관리법」상 자율주행자동차의 정의를 따르는 한편, 자율주행시스템을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주변상황과 도로 정보 등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자동화 장비, 소프트웨어 및 이와 관련한 모든 장치”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제1호 및 제2호). 한편, 「자율주행자동차법」 제2조 제2항에서 “자율주행시스템만으로 운행할 수 있어 운전자가 없거나 운전자 또는 승객의 개입이 필요하지 아니한 자율주행자동차”를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로 정의하면서, “자율주행시스템만으로는 운행할 수 없거나 운전자가 지속적으로 주시할 필요가 있는 등 운전자 또는 승객의 개입이 필요한 자율주행자동차”인 ‘부분 자율주행자동차’와 구분하고 있다(제2조제2항). 다만, 자율주행자동차의 종류를 국토교통부령에서 세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는 세분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며, 이외에도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개정을 통해 자율주행자동차사고의 정의와 보험금등의 지급과 구상권의 근거, 자율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 설치 등의 규정이 신설되고 주행정보 기록장치 부착 및 기록보관 의무 등이 마련되었다. 특히 2021년에는「도로교통법」이 자율주행시스템, 자율주행자동차, 운전에 대한 정의 규정 신설, 자율주행자동차 운전자 준수사항 및 그 위반에 대한 처벌 근거를 골자로 개정되었는데 동법상 자율주행자동차를 「자동차관리법」 제2조제1호의3에 따른 자율주행자동차로서 「자율주행자동차법」상 자율주행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자동차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운전을 “도로에서 차마 또는 노면전차를 그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조종 또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한다)”으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제18의2호, 제18의3호 및 제26호).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운전자가 없는 C형 자율주행자동차나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지만, 「자율주행자동차법」은 운전자가 없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는 별도의 요건과 같은 세부 규정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며, 완전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은 「자동차관리법」에 따른 임시운행허가를 받아야만 운행이 가능하다. 자율주행자동차의 연구·시범운행을 촉진하기 위하여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구역으로 「자율주행자동차법」에 따라 지정을 받은 시범운행지구에 한하여, 여객·화물의 유상운송 등의 상용화된 운행이 허용된다(제27조). 또한 「자동차관리법」 제27조및 동법 시행규칙 제26조의2도 안전운행요건의 하나로 “운행 중 언제든지 운전자가 자율주행기능을 해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자동차의 임시운행은 운전자의 존재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일반도로 운행을 위한 법령이 아직은 미비한 상태이고, 상용화 단계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들은 계속 정비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레벨 4 이상의 단계에서는 운전자의 지위를 가지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운전자 중심의 규율방식이 레벨 4 이상의 단계에서는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관련 입법 단계에서는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에 있어서는 기존 운전자가 맡던 운전 관련 책임을 대체할 수 있는 주체나 방법의 마련이 중요한 쟁점이 된다. 그간 자동차 관련 법제의 핵심이 자동차 운행의 안전 확보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에도 안전 운행 원이나 사고방지 등 안전 확보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오히려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에는 전통적인 자동차 보다도 안전성 확보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자동차에 있어서 운전자 책임을 보조하며,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2021년 독일「도로교통법(Straßenverkehrsgesetz)」에 도입된 기술감독관(Technischen Aufsicht) 제도 및 운전자가 없는 특정 자동 운행에 있어서 운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2022년 일본 「도로교통법(道路交通法)」에 신설된 특정자동운행에 관여하는 주체들에 대한 책임 규정은 레벨4 자율주행 허가 규정 정비가 예상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법 논의에 있어서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에 있어서 기존 운전자가 맡던 운전 관련 책임과 관련한 독일과 일본의 최근 입법례를 검토하고, 향후 우리나라에서의 입법에 있어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 독일 도로교통법상 기술감독관
2.1. 배경
독일은 이미 2017년에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고도 자동화 운전기능을 갖춘 자동차인 ‘고도자율주행자동차(Kraftfahrzeug mit hochautomatisierter Fahrfunktion)와 완전 자동화 운전기능을 갖춘 자동차인 ‘완전자율주행자동차(Kraftfahrzeug mit vollautomatisierter Fahrfunktion)’의 운행을 허용하였으나, 레벨 3에 해당하는 자율주행만을 규율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사고에 관련한 법적 책임의 구조가 ‘운전자’의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2021년 7월 28일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기능을 가진 자동차(이하,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정의 및 운행 요건을 규정하고 무인자율주행자동차 운행 관련 책임 주체로 기술감독관(Technische Aufsicht)이 새롭게 신설된 개정 도로교통법(Straßenverkehrsgesetz)과 무인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 의무보험의 피보험자 범위에 기술감독관을 포함한 개정 자동차 의무보험법(Pflichtversicherungsgesetz)이 시행되었다. 나아가 2022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독일 도로교통법 조례(Verordnung zur Regelung des Betriebs von Kraftfahrzeugen mit automatisierter und autonomer Fahrfunktion und zur Änderung straßenverkehrsrechtlicher Vorschriften)에서 기술감독관의 자격 요건 및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시행하였다. 한편 독일 도로교통법 개정과 함께, 독일 의무보험법 역시 개정을 통해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자동차 소유자의 책임보험 범위 내에서 기술감독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제1조).
이러한 법규의 변화는 자동차 운행 관련 책임 주체와 관련하여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개정 전 독일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자동차 운행 관련 책임 주체는 일반 차량과 동일하게 차량 보유자(Halter)와 차량 운전자(Fuhrer)였던 반면,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에서는 무인 자율주행자동차 운행 관련 책임 주체로 기술감독관과 제조사가 추가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1)
한편, 독일 도로교통법상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가 없는 상태에서 지정된 운행구역에서 주행할 수 있고, 독일 도로교통법 제1e조 제2항에서 요구하는 기술적 장치가 있어 교통사고 방지 시스템을 갖추는 등의 기술 요건을 갖춘 차량이다(제1d조제1항). 자율주행자동차 운행을 위해서는 소정의 요건을 구비해야 하는데, 독일 연방자동차교통청(Das Kraftfahrt-Bundesamt)이 운행을 허용한 자동차를 주(州)법에 따라 관련 사항을 관할하는 관청의 허가를 얻어 지정된 구역에서 운행하여야 하며, 독일 도로교통법 제1e조 제2항에서 명시하는 10가지 기술적 조건을 갖추어야 하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특정 구역에서 운전자의 개입이나 기술감독관의 지속적 모니터링 없이도 차량이 운행될 수 있어야 한다. ② 지속적 주행을 위해 교통법규 위반이 필요한 특정한 경우 자체적으로 위험최소화 상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위험최소화 상태란 교통상황을 고려하여 승객이나 도로 이용자 및 제3자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가 자체 기능이나 기술감독관의 개입을 통해 가장 안전한 공간에 정차하고, 위험경보 신호를 작동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한다. ③ 이와 관련하여 기술감독관에게 계속 원활한 주행을 하기 위해 행해야 할 운전방법을 스스로 제안할 수 있고, 자율주행자동차가 제안한 주행방식을 기술감독관이 승인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제공하여야 한다. ④ 기술감독관이 결정한 주행방식을 점검하고, 주행기동방식이 교통참여자 또는 비참여자에게 위험을 끼칠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 해당 주행방식을 실행하는 대신 자동차가 스스로 최소위험 상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⑤ 시스템의 기능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즉시 기술감독관에게 알려야 한다. ⑥ 언제라도 기술감독관 또는 차량탑승자에 의해 비활성화될 수 있어야 하며, 비활성화 시 스스로 위험최소화 상태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⑦ 기술감독관에게 대안적 주행기동방식 승인이 요구됨을 알리고, 자동차 비활성화 시 충분한 준비시간을 두고 자동차의 기능상태를 안내하는 신호를 시각, 청각 또는 기타 지각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지되도록 표시할 수 있어야 한다. ⑧ 기술감독관과의 연결에서 충분히 안정적이고, 권한없는 침입으로부터 보호되는 무선통신이 보장되어야 하며, 무선 연결이 중단되거나 무선연결에 대해 무허가 해킹을 당하는 경우 자동차가 스스로 위험최소화 상태로 전환될 수 있어야 한다.
2.2. 자율주행자동차 기술감독관의 책임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상 기술감독관은 유사시 자율주행자동차의 제어권을 갖는 자연인을 말한다(제1d조 제3항). 기술감독관은 자율주행 기능 관련 신호를 분석하고 판단하여 자율주행 기능의 활성화나 비활성화 여부를 결정하고 상황에 따라 교통안전대책을 시행하고, 피해 발생 가능성이 있어 자동차가 위험최소화 상태로 전환하였을 경우, 즉시 자동차 안의 탑승객에게 연락을 취하고 교통안전을 위해 필요한 대책을 시행하여야 한다(제1f조 제2항). 자동차 보유자 역시 기술감독관의 업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제1f조 제1항 제3호).
한편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 조례에 따르면 기술감독관으로 지정된 자연인은 도로교통법 제1f조 제2항에 따른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다음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 기계공학, 자동차공학, 전기공학, 항공우주공학 또는 항공공학 분야 a) 학사학위 소지자, b) 석사학위((Diplom-Ingenieur, Diplom-Ingenieur(FH)), Master), 공학전문 기술자 자격증((Ingenieur(graduiert)) 소지자, c) 국가 공인 기술자 자격증 소지자일 것, ② 자율주행자동차 제작사에서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적절한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수할 것, ③ 유효한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운전면허등급은 자율주행자동차의 등급과 동일해야 할 것, ④ 독일 도로교통법 제1f조 제2항에 따른 직무 수행에 있어 신뢰할 수 있을 것. 기술감독관은 운전 면허증 및 운전 면허증 등록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운전면허증 등록부에 운전 관련 문제 발생에 따른 벌점이 3점 이상 등록되어 있는 경우 신뢰성이 보장되지 않는다(제14조 제1항). 또한 기술감독관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운송 또는 자동차 분야에서 최소 3년 이상의 전문 경력을 가진 적합한 자연인을 사용할 수 있으나, 이렇게 사용되는 자연인은 자동차 취급과 자동차 또는 자율주행 기능의 중요한 변화와 관련하여 최소한 매년 1회 제조사에 의해 반복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며, 해당 교육 과정은 가상 운영 중단을 포함하여 실제 테스트를 통해 완료되어야 하고 해당 훈련의 성공적인 수료는 기술감독관에 의해 문서화되어야 한다(독일 도로교통법 조례 제14조 제2항 제1문부터 제3문). 기술감독관에 의해 사용된 자연인이 수동 운전을 하거나 운전 기동을 허가하려면 유효한 운전 면허증을 소지해야 하며, 운전면허 등급은 자율주행자동차의 등급에 상응해야 한다(독일 도로교통법 조례 제14조 제2항 제4문 및 제5문).
또한 자율주행자동차가 독일 도로교통법 제1d조 제4항에 규정된 위험최소화 상태인 경우 기술감독관은 위험최소화 상태의 발생 및 필요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하며, 검사 결과를 서면화해야 한다(독일 도로교통법 조례 제14조 제3항 제1문 및 제2문). 결함으로 인한 위험최소화상태가 발생한 경우 위험최소화상태에 도달한 이후부터 결함이 영구적으로 제거될 때까지 기술감독관으로 지정된 자가 운행을 수동으로 수행해야 하며, 최소위험상태가 교통 안전 및 용이에 위협을 야기하는 경우에는, 기술감독관은 자율주행자동차를 노면에서 즉시 제거해야 하고, 이러한 경우 기술감독관의 검사는 저장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행되어야 한다(독일 도로교통법 조례 제14조 제3항 제3문부터 제5문).
기술감독관은 상시적으로 자율주행자동차를 감독할 필요는 없지만(2) 특정한 상황을 대비하여 자율주행기능을 비활성화하거나 문제 발생 시 원활한 주행방식을 설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3) 다만, 기술감독관이 차량 내부에 있어야 하는지 여부는 아직 불명확하다. 이에 대해서는 만약 기술감독관이 차량 내부에 있다고 보는 경우에는 기술감독관은 자율주행 레벨 4의 여타 탑승자에게 주의의무가 부과되지 않는 것과 달리 기술감독관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4)
이번 독일 도로교통법 개정은 국제협약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독일이 가입한 비엔나 도로교통협약(Vienna Convention on Road Traffic, 이하 “비엔나 협약”) 제8조 제5항은 “모든 운전자는 항상 자신의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모든 차량 운전자는 모든 상황에서 적절한 주의를 기울이고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모든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차량을 제어하여야 한다”(제13조 제1항)고 규정하고 있어서 자율주행을 저해한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다. 이에 2016년 개정을 통해 제8조의5bis를 신설하여, “차량 운전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차량시스템은 차량 및 그에 사용되는 장치, 부품에 관련된 국제 법규가 정하는 제작, 설치, 사용조건에 부합하는 경우 본조 제5항 및 제13조 제1항에 부합하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하고, 나아가 국제 법규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운전자가 이를 수동전환하거나 비활성화할 수 있다면” 역시 동조 제5항 및 제13조 제1항에 부합하는 것으로 간주함으로써 회원국들이 자율주행에 대하여 입법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였다.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에서 기술감독관 개념을 새로 도입한 취지는, 운전자의 개념이 필요하지 않은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에 있어서 승객의 안전, 사고 시 구호조치 등에 대한 고려와 함께 국제협약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차량 운행에 대하여 자연인이 조종가능성이 있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5)
3. 일본 도로교통법상 특정자동운행 관여자
3.1. 배경
일본은 2019년 5월 도로운송차량법(道路運送車両法) 개정을 통해 자동운행장치 조항을 신설하였는데자동운행장치란 차량의 운행 상태나 주변 상황을 검지할 수 있는 센서의 정보를 통해 차량을 운행할 수 있게 하고, 운전자의 인지·예측·판단 및 조작 능력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의미한다(제41조 제1항), 이는 우리나라 「자율주행자동차법」상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주변상황과 도로 정보 등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자동화 장비, 소프트웨어 및 이와 관련한 모든 장치”를 의미하는 자율주행시스템과 유사하다. 이러한 개정과 함께 레벨 3 자율주행과 관련하여 일본 도로교통법 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일본 도로운송차량법상 자동운행장치 정의를 일본 도로교통법에 포함되고(제2조13의2), “운전”의 정의에 자동운행장치로 자동차를 사용하는 행위가 추가되었다(제2조 제1항 제17호). 또한 자동운행장치 설치 차량 이용 조건을 신설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일본 도로운송차량법에서 규정한 자동운행장치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자동운행장치를 사용하여 운전할 수 없다(제71조의4의2 제1항). 또한 자동차가 정비 불량 차량에 해당하지 않아야 하고, 자동운행장치의 사용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며, 이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게 된 경우 운전자가 즉시 이를 인지함과 동시에 해당 자동운행장치 이외의 해당 자동차의 장치를 확실하게 조작할 수 있는 상태에 있어야 한다(제71조의4의2 제2항). 다만 2019년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은 레벨 3 자율주행을 적용 대상으로 한 것으로 자율주행 레벨 4 이상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은 2022년 4월 도로교통법 개정을 통해 운전자가 개입하는 운전 개념이 아닌 새로운 특정자동운행(特定自動運行)에 대한 정의를 마련하고, 특정자동운행 허가제를 신설하는 한편 특정자동운행종사자의 책임을 규정하였다.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특정자동운행은, 도로에서 자동운행장치(해당 자동운행장치를 갖춘 자동차가 정비불량에 해당하게 되거나 또는 해당 자동운행장치의 사용이 해당 자동운행장치와 관련된 사용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경우에는 즉시 해당 자동차를 자동으로 안전한 방법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 것에 한정)를 해당 자동운행장치와 관련된 사용조건에 따라 해당 자동운행장치를 갖춘 자동차를 운행하는 것이다. 다만, 운행 중인 도로, 교통 및 해당 자동차의 상황에 따라 해당 자동차의 장치를 조작하는 자가 있는 경우의 것은 제외된다(제2조 제1항 제17의2호).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상 특정자동운행은 자동운행장치 차량의 운행이라는 점에서는 개정 전과 동일하지만, 자율주행이 어려워진 상황에 대한 대응에 관한 내용이 다르다. 즉, 개정 전 일본 도로교통법의 경우 자동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운전자(인간)가 차량 제어를 맡도록 규정한 반면,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은 운행 중 정비불량 등으로 자율주행 기능의 정상적 작동이 안되는 경우, 자율주행의 운행 가능 영역을 벗어나는 경우 등 자율주행이 어려운 경우 운전자 개입없이 자동으로 안전하게 자율주행자동차를 정지시킬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또한 특정자동운행을 운전의 정의에서 제외함으로써 레벨 3 이하의 운전과 레벨 4 이상의 특정자동운행을 구별하고, 운전자가 없는 무인자동주행을 하는 자에게는 운전자에게 부과되고 있는 일본 도로교법상 의무가 즉시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3.2. 특정자동운행 관여자의 책임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은 운전자가 없는 특정자동운행에 있어서 운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특정자동운행에 관여하는 주체를 특정자동운행실시자(特定自動運行実施者), 특정자동운행주임자(特定自動運行主任者), 특정자동운행주임자등(特定自動運行主任者等), 현장조치업무실시자(現場措置業務実施者), 특정자동운행업무종사자(特定自動運行業務従事者)로 구분하고 이들의 역할 및 책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우선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에 따라 도로에서 특정자동운행을 위해서는, 특정자동운행을 실시하려는 자가 해당 지역공안위원회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특정자동운행을 실시하려는 자(또는 법인)의 이름, 주소 등과 특정자동운행계획 등이 포함된 신청서를 관할 도도부현 공안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며, 특정자동운행 자동차의 개요, 운행 경로·시간대 및 운송대상, 특정자동운행업무 종사자의 지정 및 교육 등 세부 시행 내용이 계획에 포함되어야 하며, 이는 중요한 심사항목이다(제75조의12).
또한 특정자동운행실시자(특정자동운행 허가를 받은 자)는 운행의 안전성 확보나 운행기록장치의 설치 및 작동 등에 있어서 책임을 지고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 중에서 특정자동운행주임자를 지정하여 원격으로 배치하거나 또는 특정자동운행용 자동차에 승차시키는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또한 특정자동운행주임자를 특정자동운행을 관리하는 장소, 즉 원격에 배치하는 경우 사고 발생 시 현장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역할을 하는 현장조치업무실시자를 배치해야 한다(제75조의19 제2항 및 제3항, 제75조의20 제1항). 이에 따라 특정자동운행실시자는 특정자동운행용자동차 주위의 도로 및 교통상황, 해당 특정자동운행용자동차의 상황을 영상 및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특정자동운행을 관리하는 장소에 비치하고, 해당 장소에 특정자동운행주임자를 배치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특정자동운행용 자동차와 관련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의 조치 등을 강구하게 하기 위하여 특정자동운행주임자를 해당 특정자동운행용 자동차에 승차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특정자동운행실시자는 특정자동운행주임자나 현장조치업무실시자, 기타 특정자동운행을 위해서 사용하는 자(총칭해서 “특정자동운행업무종사자”)에 대해 특정자동운행 종료 시 조치 및 교통사고 발생 시 조치 등을 원활하고 확실하게 실시하기 위한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제75조의19 제1항). 이외에도 특정자동운행실시자는 특정 자동 운행 중이라는 문구를 특정자동운행용 자동차의 잘 보이는 위치에 표시해야 한다(제75조의20 제2항).
특정자동운행주임자가 원격으로 배치되는 경우, 특정자동운행주임자는 자동운행장치의 작동상태를 특정자동운행 중 모니터링하고, 해당 자동운행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즉시 해당 특정자동운행의 종료를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정자동운행주임자는 원격으로 배치되거나 특정자동운행용 자동차에 탑승하는 어느 경우라도 도로에서 특정자동운행이 종료된 경우 즉시 특정자동운행용 자동차 또는 특정 자동운행주임자에 대해 경찰관에 의한 조치 또는 명령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와 교통사고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제75조의21) 특정자동운행 종료 시 조치 및 교통사고 발생 시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 개정 전 일본 도로교통법하에서는 운전자에게 이러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가하였지만,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은 특정자동운행 중의 자동운행장치에 대해서는 특정자동운행주임자등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정자동운행이 종료된 경우 특정자동운행주임자는 해당 특정자동운행용자동차 또는 해당 특정자동운행주임자에 대하여 경찰관의 현장지시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때에는 즉시 해당 특정자동운행용자동차를 해당 지시 등에 따라 통행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여야 하며, 그 밖에 긴급자동차 또는 소방용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제75조의22). 또한 개정 도로교통법은 특정자동운행에서 특정자동운행용 자동차와 관련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 특정운행주임자가 원격에 배치되어 있는지 차량에 승차해 있는지에 따라 취해야 할 조치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다. 특정자동운행주임자가 원격에 배치되어 있는 경우 교통사고 발생 시 특정자동운행주임자는 즉시 해당 교통사고 현장의 가장 가까운 소방기관에 통보하는 조치 및 현장조치업무실시자를 해당 교통사고 현장으로 보내는 조치 등을 취해야 하며 이에 따라 교통사고의 현장에 도착한 현장조치업무실시자는 해당 교통사고의 현장에서,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75조의23 제1항 및 2항). 반면, 교통사고가 있을 경우의 조치를 실시하기 위해 특정자동운행용 자동차에 승차하게 된 특정자동운행주임자 및 기타 승무원(총칭해서 “특정자동차운행주임자등”)은 즉시 부상자를 구호하고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는 등 필요한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75조의23 제3항).
특정자동운행용 자동차의 교통에 의하여 사람의 사상이 발생한 경우, 특정자동운행주임자가 일본 도로교통법상 교통사고 발생시 부담하는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제117조제3항). 또, 특정자동운행과 관련된 교통사고 발생시 일본 도로교통법상 조치를 게을리하여 해당 규정을 위반한 경우 해당 위반행위를 한 특정자동운행주임자, 현장조치업무실시자, 특정 자동운행주임자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117조의5 제2항). 도도부현 공안위원회는 특정자동운행실시자 등이 법령을 위반한 경우 개선 지시, 허가 취소 처분 등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제75조의26 제1항 및 제75조의27). 특정자동운행허가가 취소된 경우 해당 지역공안위원회는 그 취지를 공시한다(제75조의27 제3항).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이 특정자동운행주임자에 대한 면허제도를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자격요건은 내각부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며 현재 논의 중인 개정안(道路交通法の一部を改正する法律の施行に伴う関係政令の整備に関する政令案)에 따른 특정자동운행주임자의 자격요건은 양쪽 눈의 시력 또는 양쪽 귀의 청력을 상실한 자가 아닐 것. 원격감시장치 및 기타 특정 자동운행계획에 따라 특정자동운행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를 적절히 사용할 수 있는 자일 것, 일본 도로교통법 및 이에 근거한 명령의 규정에 근거한 처분에 따라 특정자동운행주임자가 실시해야 하는 조치를 원활하고 확실하게 실시하는 데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가 아닐 것 등을 규정하고 있다.(6)
4. 독일 및 일본의 도로교통법 개정의 시사점
4.1. 완전자율주행자동차 안전 운행 재고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경우에도 긴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서는 차량 자체의 안전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도로 운행에서의 안전이 담보되어야 한다. 레벨 4 이상의 단계에서는 운행에 관한 한 인간의 운전 의무가 배제되고 자율주행자동차가 스스로 완전히 자율적으로 긴급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만,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 자체를 완전히 봉쇄시킬 필요는 없다. 특히 운전자가 없는 완전자율주행에 있어서 운전자가 맡던 운전 관련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맡기느냐가. 핵심 쟁점이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앞서 검토한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에 도입된 기술감독관은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자동차에 있어서 운전자 책임을 보조하며, 안전성 확보를 제고하는 방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에 신설된 특정자동운행에 관여한 주체들의 역할에 따른 책임 규정 역시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에 있어서 안전 운행을 위한 기존의 운전자의 책임을 분담하도록 한 대책으로 볼 수 있다.
무인화된 자율주행자동차에서 탑승객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독일과 일본에서의 이러한 제도의 신설은 자율주행시스템(Automated Driving System, 이하 “ADS”)의 안전 규제 및 책임 소재에 대한 기존의 국내외 논의와도 관련이 있다. 자율주행시스템은 자율주행자동차에서 동적주행작업(dynamic driving task)을 담당하는데, 미국 통일법은 ADS를 “상시적으로 완전한 역동적 운전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총합체”라고 정의하고 있다(section 2(3)). 우리나라 「자율주행자동차법」 제2조 제2호는 자율주행시스템을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주변상황과 도로 정보 등을 스스로 인지하고 판단하여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게 하는 자동화 장비, 소프트웨어 및 이와 관련한 모든 장치”로 정의하고 있다. 이처럼 자율주행자동차에서 ADS는 통상의 차량에서 ‘운전자’가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지만, ADS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총합체로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ADS에 대해 ‘운전자’로서의 책임과 지위를 부여하기에는 어렵다.(7) 따라서 자율주행의 안전성 확보나 사고 책임 및 ADS의 운전행위에 대한 책임 주체가 논의가 필연적으로 야기되는데, 호주 국립교통위원회가 제안한 ADSE(Automated Driving System Entity, 이하 “ADSE”)나 미국의 통일차량자율운행법(Uniform Automated Operation of Vehicles Act)에서 제시된 ADP (Automated Driving Provider, 이하 “ADP”)가 대표적인 예로써, ADSE나 ADP는 자율주행자동차를 운전하는 ADS의 운전행위에 대해서 후견인과 유사한 존재나 지정후원자로서 직접 책임을 진다. 다만, ADSE 방식은 ADS의 운전자 지위를 일단 긍정하지만, ADS가 법상 권리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므로 대신 ADSE가 ADS의 역동주행작업에 대해 후견인처럼 책임을 지는 방식인 반면, ADP 방식은 ADS가 아닌 ADP를 운전자로 보고 운행단계에서 ADP가 직접 운전자로서 책임을 진다.(8) 미국 통일차량자율운행법에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 소유자는 등록하려는 차량이 자율주행자동차인지 여부를 행정청에 통지해야 하며, 행정청은 ADP가 해당 차량을 자신의 후원을 받는 차량(associated automated vehicle)으로 지정하는 경우에만 자율주행자동차의 등록이 허용된다고 규정하고 있다(section 5(d)). 이에 따라 ADP는 자신이 후원 지정한 자율주행자동차의 자율주행 동안 개별 주의 도로교통법을 준수하기 위한 합리적 조치를 취해야 하며(section 9 (b)), ADP는 자신의 후원을 받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자율주행 중 도로교통법 위반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section 9(c)).
따라서 국내에서 완전자율주행 실현을 위한 전제 조건인 자율주행의 안전성 확보나 사고 책임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제시된 미국의 ADP나 호주의 ADSE와 함께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에 신설된 기술감독관이나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에 신설된 특정자동운행 관여자 개념이 운전자가 배제된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 안전에 충분한 대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실제 분쟁 발생에 대비하여 이들의 법적 지위 및 신체적·정신적 자격 요건 및 학력 및 교육 요건, 자연인으로 한정할지 여부, 면허제도 신설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을 마련하고 책임 및 권한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여부도 검토가 필요하다.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은 기술감독관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민법상 일반 원칙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진다.(9) 개정 과정에서 독일 도로교통법 제18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운전자 책임과 유사한 과실추정 책임을 부과하자는 제안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있었는데(10), 독일 정부의 입장은 기술감독관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요청에 의해서만 운행에 개입하기 때문에 기술감독관의 잠재적 위험은 전통적인 운전자가 수행하는 활동으로 인한 위험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러한 개입 요청 이후에도 기술감독관이 자율주행자동차가 제안하는 특정 주행방식을 실행하거나 자율주행자동차를 비활성화하고 최소위험 상태로 전환할 수 있을 뿐이므로, 이러한 개입 가능성은 자동차가 운전자에 의해서만 제어되는 전통적인 자동차의 제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었다.(11) 이에 따라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에 따르더라도 동법 제18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운전자 책임과 다르게 기술감독관의 과실은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해야 하며, 이러한 손해배상책임 요건과 자율주행자동차 보유자에 대한 무과실책임 원칙(12) 에 따라 피해자가 기술감독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결국 독일 도로교통법 조례에 구체적으로 규정된 기술감독관의 의무와 자격 요건에 따라 기술감독관의 책임이 정해지는데,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조례 원안에서 규정한 기술감독관 자격 요건은 엔지니어링 분야 대학 학위나 엔지니어링 분야 국가 공인 기술자를 확인해주는 학위 소지였는데 이에 대해서는 자격요건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13) 앞서 검토한 2022년 6월 독일 연방상원을 통과한 독일 도로교통법 조례는 기술감독관 자격요건을 완화하였다. 다만,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독일 도로교통법의 개정은 국제협약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향후 비엔나 협약 및 우리나라가 가입한 도로교통에 관한 제네바 협약’(Geneva Convention on Road Traffic)을 비롯한 국제규범이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위해 진행 중인 상황을 주시하면서 국내 법제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4.2. 자율주행자동차 의무보험 범위
우리나라는 2020년 4월 「자동차손해배상법」을 개정하여 레벨3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해서도 기존의 운행자책임 및 자동차 의무보험 체계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사고 원인이 자율주행시스템의 하자인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보상을 실시한 자동차보험회사나 보유자가 제작사에게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구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29조의2). 또한 이를 지원하기 위해 자율주행자동차를 제작·조립 또는 수입한 자(판매를 위탁받은 자를 포함)에게 자율주행정보 기록장치의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9조의17), 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원인 규명과 정보 제공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39조의 14). 이에 따라 자율주행 기능의 결함이 인정되는 경우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시스템 개발사,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보 관리자 등에 대한 민사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자동차 사고에 대한 엄격책임의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으나,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이상의 단계에서도 이러한 기존 책임법제 및 보험제도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에 따르더라도 운전자는 유책의 사유가 있는 경우 책임의 주체가 되지만(제18조), 운전자 개념을 상정하지 않은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에서는, 독일 도로교통법 제1a조 제4항의 운전자 개념이 적용되지 않으며, 따라서 도로교통법상의 운전자의 책임에 관련된 제18조는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14)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책임 및 보험의 측면에서는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은 의무보험의 피보험자 범위에 기술감독관을 포함함으로써 기술감독관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사고 시에도 자동차보험에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기술감독관이 기존 운전자의 역할을 일부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타당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기술감독관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료 산정 방식 및 전통적인 자동차 보험료와의 비교 방식 등이 불명확하다. 자동차 보험회사는 일반적으로 실손해 데이터를 기초로 보험료 요율을 설정하는데, 현재 시험 단계에 있는 고도 자율주행차의 경우 보험회사가 참고가 손실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보험료 산정이 어렵고 자율주행차 제조사가 자동차 보험회사와 시험 데이터를 공유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15) 향후 우리나라에서 유사한 입법이 고려되는 경우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의 안전 운행을 위하여 운전자의 책임을 대체하는 자의 법적 지위 및 구체적 의무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자율주행 시대에 적합한 보험 제도 개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시장에 나온 보험은 모두 일반 자동차 보험을 기본으로 특약으로 자율주행 사고를 보장하는 형태로 개인용, 영업용은 제외하고 업무용 차량에만 해당하며, 전국에서 진행되는 자율주행 시범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들을 위한 상품이다. 또한 2020년 10월 출범한 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속하고 명확한 사고 예방을 위해 인과관계 조사를 위한 정보제공 의무, 사고조사위원회에 대한 법적 조사권 부여 등 레벨 4단계 이상에서의 보험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
5. 결 론
우리나라의 경우 레벨3 단계의 자율주행자동차의 국내 상용화의 법적 토대가 마련되어 있지만,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일반도로 운행을 위한 법적 근거는 미비한 상태로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법제도적인 대응은 낮은 단계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가 발표한 4단계 자율주행자동차의 출시 계획을 고려하여 상용화 단계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들을 계속 정비되어야 하는 상황이며, 적시성 있는 입법을 위해서는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 전반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입법 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레벨 4 이상의 단계에서는 기존의 운전자의 지위를 가지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고방지를 위하여 자율주행의 안전 운행을 지원하거나 사고 발생 시 처리 책임에 대한 법적 장치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이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해 운전자에게 책임을 묻는 단계를 넘어 기술감독관 제도 도입을 통해 주행의 안전성 보장을 재고하고,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 역시 특정자동운행에 관여하는 주체들의 역할을 구분하여 안전 운행을 위한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였다는 점은 향후 우리나라에서의 입법 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자율주행의 안전성 확보나 사고 책임 강화와 관련하여 개정 독일 도로교통법상 기술감독관 및 개정 일본 도로교통법상 특정자동운행 관여자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자동차에 있어서 기존 운전자가 맡던 운전 관련 책임을 대체할 수 있는 장치의 요건, 구체적인 세부 역할과 책임에 관한 규정들의 시사점을 도출하는 한편,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자동차에서 운행자 책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보험제도 개선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다만,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한 국제규범 개정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국내법제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